첫 도서, 산으로 간 고등어

(본문 중에서.. )
“이 고데이(고등어 사투리)가 그 렇습니다. 바다에 사는 이들이 어찌하여 산으로 올랐습니다. 천주여. 저희가 바로 산에 오른 고등어가 맞습니다. 또 당신께서도 베드로에게 너희는 사람을 낚는 어부라 하셨던 그 말씀처럼 저희가 바로 물고기이니 또 이런 고데이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고등어 한 손」 36쪽
Several dried fish hanging on a line with blurred boats in the background.

3대 150년의 여인사를 다룬 대하소설

구한말에서 근대에 이르는 3대 여인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의 여정을 시적인 언어와 통찰력 그리고 신앙의 시선으로 녹여낸 소설. 언뜻 젊은 날 읽었던 『소나기』와 『토지』 그리고 『알프스의 소녀 하 이디』를 떠올리게 한다. 삶이란 전쟁이지만 아름다운 여행일 수도…. 그 래서 나침판이 필요함을 알게 해주는 가을에 어울리는 소설이다. ―박혁(변호사)

마음을 사로잡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등장인물들의 생생한 모습에 매료되어 페이지를 넘길 수밖에 없게 만든다.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가는 모습은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빛을 발견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도우(한식당 ‘산으로 간 고등어’ 대표) 

흡입력 있는 이야기가 영화처럼 장면이 그려지며 빠르게 펼쳐진다. 시적 감수성 넘치는 표현과 어머니와 딸이 대를 이어 연주하는 ‘고등어 변주곡’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흥미롭게 읽다 보면, 근현대 역사와 성서의 인상적인 구절을 덤으로 알게 된다. 어쩌면 우리네 딸의 인생은 어머니 인생의 반복 또는 변주일지도….
―김동희(도서관 사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삶을 찾아 끝없이 헤엄치는 고등어처럼, 대를 이어 자신의 삶의 무게를 감당하는 등 푸른 고등어처럼. 한 마리 고등어인 나도, 고등어와 어머님을 통해 주시는 주님의 평안함 속에 찬란한 푸른 빛을 발하는 고등어가 되고 싶다. ―문광호(목사)

잃어버린 언어와 혼이 담긴 문장들

A moody, candle-lit study session with open books and notes, perfect for cozy learning vibes.
(본문 중에서..)
그러니 도독(도둑)놈 아니면 뺑개이 (소꼽장난) 하듯 사는 것 같다. 과연 이 표현은 춘삼의 토로였는데 둘의 어정쩡하지만 또한 아름다운 처세의 면은 분명 빤지럽지(계산이 빠르고 정 없지) 않았다.  ―「초향」 77쪽
 
그녀 또한 시간의 짝두 (작두)를 타고 날아가는 두 마리 겨울새 중 하나였다. 처언시리(천연덕스럽게) 부활한 남편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다음 쪼로미(나란히) 박하 향기를 맡는 듯한 시선으로 그녀의 영혼은 끝없는 감사의 날개를 타고 있었다.―「송이」 180쪽
 
(본문 중에서..)
“아가타님께 다시 묻습니다. 사랑을 태우다 그만 하얀 재가 되 어 버렸습니다. 그래도 사랑의 신의는 다시 불꽃을 태우라고 합니 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부님?” 
“네…. 지상에서의 재는 이제 별이 되어… 사랑은 하늘에도 있을 것입니다. 아멘!”  ―「유화」 163쪽
 
 (본문 중에서..)
신앙의 이 베틀! 영혼의 피륙을 짜는 서로간 이승에서의 마지막 틀. 초향은 더욱 낮아졌다. 뺨은 옛 정인의 얼굴에, 또한 그녀의 손은 모두어 애틋하게 붙었다. 최후 그녀의 소매는 그의 이마를 쓸어준다. 이번 가막사리는 선량했다. 둘은 다시 옛날로 돌아갔다. 아연히 그때 소년과 소녀로서. 그런 이번 인사는 이생의 마지막 지우개. 초향은 … 소녀는 원이… 소년의 평안한 마감을 안내한다. ‘이제 우리 잠시 안녕!’ 이어 그녀느 고개를 끄덕였다. 여인에게서 통절한 아픔이 터져 나왔다.
“미카엘! 넌 약속을 지키는구나!”  ―「초향」 101쪽
Majestic silhouette of a cross on a hill during a vivid sunset, symbolizing spirituality.

인생은 순례

본문 중에서..) 나자로의 부활이 있었다던 여기 청송의 전설이 그녀를 예까지 끌어왔다. 엄마에게도 너럭바위에서 늘 듣던 신앙의 신비이자 가계의 시작이 여기였다. ―「초향」 60쪽 

메멘토모리

(본문 중에서..) “아가야, 이제는 네 것이다. 어쩌다 우리에게 조금 먼저 도착했 을 뿐. 초향아! 기억하거라. 칼레 신부님의 말씀이셨다. 붉은 이 십자가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가 아닐 수 없으니. 이제는 너의 성작이다!” ―「초향」 67쪽

인생 떠살이

(본문 중에서..)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그녀의 삶의 규격이었다. 말하자면 평생 행선지를 정하지 않고 언제나 떠 날 수 있다는 당시 예수쟁이들의 삶이었다. 맞물려 고등어의 순명 (順命, obedience)이었다." ―「초향」 79쪽

고등어와 어머니

(본문 중에서..) “송이야. 엄마는 고등어를 구울 때 갸들의 고진 사연을 함께 굽지. 조림을 할 때는 방아잎으로 녀석의 소중한 기억을 싸서 올리고. 다른 아이들도 매한가지. 사실 손님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먹는 게야. 향기를 넣어 아그들 의 속살까지 배어든 각각의 바다 이야기를 먹으면서 떠 올리는 거지.” ―「송이」 124쪽

작가의 말

“어머니와 고향을 소재로 잃어버린 우리 정신사의 한 편을 찾고 싶었습니다. 집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위해. 그래서 역사, 특히 박해의 역사를 다뤘습니다. 돌이켜 보니 본격적인 착상은 익투스(ΙΧΘΥΣ)였습니다. 바로 ‘물고기’요, 초기 기독교 신자들이 비밀스럽게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기독교의 상징이지요. 이 향기는 아픔이자 탄식 그리고 순명이며 의지! 왜 우리의 지금은 이러한가, 하는 저 안의 탄식이랄까!”